아버지의 원대로 |
장은혜 선교사 간증 (02/2001)
우리 가족은 1994년 4월 에디오피아로 파송을 받았다. 에디오피아에 도착해서 처음 9개월 동안 현지 공용언어인 암하릭어를 배운 후, 짐마로 사역지를 배정 받았다. 짐마는 수도인 아디스 아바바에서 남서쪽으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끝없이 펼쳐지는 숲을 지나, 10시간여의 여정 끝에 산 중턱에 자리잡은 조그만 흙집에 짐을 풀고서 사역이 시작이 되었다
우리가 처음 맡은 사역은 새로 문을 연 짐마 신학교에서 교수사역으로 교회지도자들을 배출해 내는 것이었다. 에디오피아 남서부의 교회들이 속속 세워지고 있는 반면에 지도자들이 모자라 시급하게 요구되는 사역이었다. 공산주의 정부에 의해 빼앗겼던 신학교건물을 정부로부터 다시 찾아 수리를 하고, 남서부 각부족에서 보내진 전도사 후보생들 26명을 2년간 훈련하여 자기의 부족으로 보내야 하기에 남서부교회들이 간절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짐을 풀고 집을 수리하며 살림을 정리한 지, 한 달. 신학교 개강을 앞두고 우리는 대선이와 지연이를 데리고 다시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로 가야 했다. 방학을 마치고 새학기가 시작되기에, 4학년과 3학년인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입학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 4년동안 우리는 차가 없었기 때문에, 경비행기를 타고 아디스와 짐마를 왕래해야 했는데, 비행하는 1시간은 우리 삶을 주관하시는 이가 하나님이심을 믿으며 비행기를 탔어야 했다. 비행기를 타면 구멍난 비행기 바닥 밑으로 저 아래 산과 강이 다 보이고, 구름이 많으면 조종사조차도 앞을 알아 볼 수가 없어 지도를 보며 어디인지 더듬더듬…바람을 거스르며 고산도시인 아디스로 가기에 비행기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아이들과 부둥켜 앉고 무서움과 비행기멀미로 식은 땀을 흘려야 했다. “하나님, 저희들의 안전을 당신께 맡깁니다.”
선교사로 부름을 확실하게 받고 훈련을 시작하면서 어린 대선이와 지연이에게 “우리가 에디오피아로 가면 엄마, 아빠는 선교일을 해야하고 너희는 기숙학교에서 공부를 해야한단다” 라고 수없이 말을 했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아이들과 우리 자신을 준비시켰었다. 막상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보내려고 하니, 정말 마음이 흔들린다. “난 엄마랑 같이 살고 싶어. 다른 사람들은 다 가족과 함께 사는데, 왜 우린 않돼? 왜 엄마하고 아빠는 수도에서 있으면 않돼?” 반복해서 묻는 아이들에게 나약함을 보이지 않으려는 나의 눈은 금방 눈물이 고이고, 목이 메어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눈물을 흘리며 교실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나를 기다리는 26명의 신학생을 떠올리며 다시 짐마로 향하는 마음은 온통 회의로 가득하다. 시커멓게 생긴 이 놈(?)들을 가르치기 위해 내 사랑하는 아이들을 이렇게 떼어 놓고 내려가야만 하는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 위해 이삭을 바쳐야 했던 아브라함의 갈등은 어떠했을까?(창22: 1-14) 모세를 구하려는 최선의 방법으로, 그를 갈대 상자에 넣고 강물에 떠내려 보내야 했던 아므람과 요게벳의 마음은? (출2: 1-10)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어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눅22: 42) 라고 기도하셨던 예수님의 마음은? 내가 믿음이 없는 것일까? 난 누구보다 강해야 할 선교사인데…
강의가 시작되는 첫 날, 나는 학생들에게 나와 가족을 소개하면서 그만 눈물을 흘렸다.나는 조용히 나의 모습을 지켜보는 학생들에게 말문을 열었다. “미안합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멀리 가족과 떨어져 이곳에 공부하러 온 것처럼, 저도 저의 두 아이들을 어제 아디스에 두고 왔답니다. 제 마음이 많이 여리고 아파서 이렇게 눈물이 나네요. 여러분도 두고 온 가족과 고향이 많이 그리울거라 생각이 됩니다. 우리 서로를 위해서 기도하며, 2년동안 열심히 공부해 봅시다..”
나의 첫강의는 이렇게 눈물로 시작이 되었고, 학생들은 나의 눈물을 기억하며 열심히 나를 위해 기도해 주었다. “선교사님이 약해지면, 우리는 배울 수가 없습니다. 강해지셔야해요, 강해지셔야해요.” 학생들은 마음 약한 나를 격려해주고, 어설픈 나의 암하릭이 이해하기에 힘들었을텐데도, 열심히 공부해 주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2년후에 그들이 1회로 신학교를 졸업했고 4년이 지난 지금, 그 신학생들은 자기들의 부족에 들어가 교회를 개척하고 성도들을 돌보며, 우리 선교사들보다 더한 일들을 감당하고 있다.
무슬림에서 개종하여 전도사가 된 후세인, 아만, 이맘 그리고 미엔부족에서 처음으로 신학교를 졸업하여 전도사가 된 합타무와 불구… 지금도 잊지 않고 우리를 찾아오는 졸업생들. 못먹고 힘들어 꺼칠한 얼굴, 꼬죄죄 때가 낀 셔츠에 구멍난 신발을 신은 그들의 모습은 냄새나는 여지없는 거지꼴이지만, 바울이 입맞추며 내아들이라 부른 디모데처럼(딤전1:2), 그들 역시 내가슴에 꼭 품고 입을 맞추며 등을 두드려주는 이제는 그리스도안에서 나의 참아들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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