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에 목회자 제도 심는다


게재일 : 2002-2-4    분류 : 선교/디아스포라    기자 : 노충헌


박종국 선교사/
아프리카 동부 에티오피아에 목회자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애쓰는 선교사가 있다. 목회자 제도를 도입한다는 말은 목회자가 없다는 뜻으로 이해되는데, 참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얘기다.
박종국 선교사(왕성교회 후원)가 현지에서 동역하고 있는 교단은 ‘생명의 말씀’(Word of Life)교단이다. <세계기도정보>에는 ‘칼레 헤이웨트’라고 나와있는 이 교단은 SIM선교회가 세운 교회로 산하에 4320개 교회, 300만 성도를 자랑하는 에티오피아 최대의 복음주의계열의 공동체다. 1927년 탄생한 이 교단은 SIM선교회가 개척할 때 교회가 세워지도록 전도에만 집중, 목회자 훈련이나 목사 제도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목사란 호칭이 없고, 대부분 전도사가 사역을 하고 있다. 전도사들은 2년제 성경학교 과정을 마치면 졸업시험을 치르고 교회의 초청을 받아 사역을 시작한다.
교회 행정과 설교는 초창기부터 교회의 원로와 장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교회에 5~8명의 장로들이 회의를 통해 교회의 모든 일들을 결정하고, 전도사들은 회의 결과에 따라 맡겨진 일만 하고 있다. 장로 제도도 독특하다. 3년 시무기간을 마치면 투표를 통해 한번 더 연임할 수 있는가 여부를 교인들에게 허락받는다. 그리고 임기를 마치면 평신도로 돌아간다. 그러다 보니 혹 장로로 시무하다가 교회를 분립해 나가는 경우도 생긴다.
박선교사가 에티오피아의 목사 제도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수많은 도시의 성도들의 지적 욕구 때문이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사역하면서 어느 정도 배운 성도들을 접하게 됐는데, 이들이 전도사와 장로들의 사역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박선교사는 수도의 15개 교회 중에서 교회가 원하는 경우 목사 안수를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노회에서 목사제도를 만들고, 목사를 훈련해서, 안수받은 목회자에 의해 교회를 운영하도록 하자는 요청이 생기기 시작했다.
목사 제도를 세우는 사역에 사실 박종국 선교사는 매우 신중하다. 평신도 중심으로 운영해왔던 70년 전통을 단번에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법은 신중하게 하면서도, 목사 제도를 서서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강하다.
박선교사가 우려하며 기도하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까지 생명의 말씀 교단은 담임목사제도 없이 장로와 전도사가 말씀을 전했고, 때로 외부 설교자를 초청해서 나름대로 신선한 말씀을 들어왔다. 그런데 자칫 영성이 부족한 목회자가 들어왔을 때 교회 성장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둘째, 전도사들은 한 교회에서 1년에 5~6번 정도만 설교를 하고, 나머지는 타 교회에서 말씀을 전하거나 전도를 다녔다. 이 사역의 공백을 메우는 일도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또 이런 관습이 에티오피아 교회를 부흥시킨 요인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목회자 제도를 도입했을 때 갖게 되는 장점 또한 설득력이 크다. 강단에서 전문적인 말씀을 매주 먹일 수 있다. 또 목회자를 중심으로 일관된 사역을 추진할 수 있다. 담임목사로 인해 교회가 목회구조의 틀을 강력하게 세우고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부흥을 추진할 수 있다.
박선교사는 이런 장단점들을 생각하며 최근 구성된 목사제도 설립을 위한 위원회에 참여해 매 격주 모임을 갖고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 목회자 훈련원을 건축하는 등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서서히 실천에 옮기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목회자 제도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에티오피아의 교회 성장에 필요하다는 확신 아래, 현지 성도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이 사역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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